일명 유료시사회를 보고 왔다. 정식으로 전국 개봉을 하기전에 한정된 영화관에서 한정된 시간에 상영을 하는것으로, 입소문을 바라는 영화사의 마음과 새로운 영화를 조금이라도 먼저 걸고 싶어하는 영화관의 마음이 맞아 생긴 이벤트 인것 같다. 문제는 이 영화 [형사]가 과연 입소문이 날만한 영화냐는 것이다. 내생각에는 아니올시다 이다.

영화 [형사]는 감독의 전작 [인정사정볼것없다]의 확장에 불구하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도 바뀌고, 배우들도 바뀌고, 심지어 시간이 몇년이나 흘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감독이 재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은 바로 [인정사정볼것없다]를 통해 인정받았던 자신의 영화세계를 더욱더 확고히 하는것 인것 같다. 그런데, 그 세계를 확고히 하는것은 좋았는데, 너무 확고히 하는 바람에 영화의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이야기"가 "캐릭터"가 영상미 속으로 홀랑 사라져 버렸다.

시대를 알수 없는 조선. 위조돈을 찍어내는 병판(송영창)과 그의 수족(강동원)과 그를 쫓는 포졸인 남순이(하지원)과 안포교(안성기)의 대결이다. 방학기작가의 [다모]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얼개만 빌려왔을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탄생한다. 날리는 꽃잎에 화려한 색감, 화면을 하얗게 덮는눈과 성애낀 유리창등 기존의 영화에서 감독이 반복적으로 보여주어던 이미지들이 2005년 새로운 기술과 만나 더욱더 화려하게 재 생산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바 대로 영상미와 스타일에 치중한 나머지, 기본적인 "이야기'와 "캐릭터"가 사라져 버렸다. 사실 이명세 감독은 내러티브에 약하는 평을 자주 듣는 편이었다. 하지만 늘 이런 약점은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들도 완충, 보완되곤 했는데 이번영화 [형사]는 그렇지 않다.

[인정사정볼것없다]의 경우 설명이 많지는 않지만 현실의 보여주기를 통해 박중훈이 연기는 형사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부각한다. 여자 박중훈을 맡고 있는 [형사]의 하지원의 경우, 박중훈처럼 왜곡되고 과장된 연기로 귀엽고 왈패의 포졸 역활을 소화하고 있으나, 그냥 그것뿐이다. 그녀와 왜 그렇게 왈패인지, 왜 심각할때는 사투리를 안쓰고 조신한 단어들을 선택하는지, 왜 그녀는 늘 소리를 지르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현란한 영상에 그녀의 모든것은 묻혀서 어색한 몸짓으로 남아 있을뿐이다. 이에 비해 그녀와 대칭을 이루는 강동원의 경우는 조금 더 낫다. (단지 조금만 더 나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는 카메라는 클로즈업하는 순간 이미 현실의 사람이 아니기때문이다. 하지만 왜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병판을 배신했는지가 나오지 않는건 마찬가지 이다. [인정사정볼것없다]에서 안성기가 송영창을 죽인 이유가 나오지 않는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왜 강동원이 배신을 선택했는지는 눈꼽만큼 설명해주는것이, 그의 날리는 도포자락을 한씬 더 보여주는것보다 낫지 않았을까?

물론 영상은 뛰어나다. 이정도로 독창적으로 영화적인 도전을 한 감독이 드문것도 안다. 하지만 그의 시도가 새롭고 창의적이기 때문에 관객을 무시한 이야기 전개가 용서 받을수 있다는것은 결코 아니다. 솔직한 111분짜리 강동원 영상 화보집을 본 기분이었다. 이럴꺼면 그냥 강동원이 나오는 패션지로도 만족한다. 도대체 왜 그 순간 그런 영상을 흩날리지는 설명을 요구하는 내가 영화미학에 무지하고 무식한것인가? 러닝타임내내 몇년동안 이명세 감독에서 기회를 주지 않았던 헐리우드을 향해 감독의 "난 이렇게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추구할수 있는 감독이야!"라는 외침을 듣는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증명에 관객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 않나한다. 혹자는 이영화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아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일것이라고 했다던데.. 나에게는 정말 아주 나쁘고도 불친절한 영화였다.(2005. 9. 7)


《형사 (2005, Duelist)》

· 감독 : 이명세
· 출연 : 하지원 / 강동원 / 안성기
· 각본 : 이명세
· 장르 : 느와르 / 드라마 / 액션
· 국가 : 한국
· 상영시간 : 111 분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 : 2005-09-08 개봉
· 제작사 : (주) 웰메이드 Ent., 프로덕션 M
· 배급사 : 코리아 픽쳐스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uelist2005.co.kr/

** 푸른 고양이 **
Posted by brid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