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나서 본 첫 영화. 친일을 미화한 영화다 아니다등 논란이 많았지만, 난 위의 티져 포스터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개봉하면 꼬옥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두 주연 배우의 얼굴이 상상력도 없이 그냥 턱하니 있는 메인포스터는 정말 싫더라.)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과는 반대로 워낙에 돈으로 피칠갑을 한 영화가 과연 [청연]은 스크린에 제대로 걸릴수가 있을까? 라는 의문을 충무로에 흩날리고 다녔다 하는데- 뚜껑을 열었을때는 친일여파에 휩싸였고, 개봉관에서는 [태풍]과 [킹콩]을 피했으나, 의외의 복병 [왕의 남자]에게 참패를 당하고 개봉 2주여만에 이제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영화가 되어버렸으니... 왠지 비운의 영화같다.

뭐, 조선 최초의 "민간" 비행사 박경원. 그녀는 일제 감정기 조선인 여자의 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력으로 비행사 수업을 받는 유능한 학생이다. 그녀는 온몸을 던져 비행에 대한 자신의 꿈을 키우는데, 사랑과 시대의 격랑이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장거리 비행으로 조국에 돌아가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조선으로 가기위한 비행기에 올라타지만 박경원은 하늘에서 그의 불꽃같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영화는 시종일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조선인으로써의 정체성으로 박경원을 그려야 하는지-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친일도 불사하는 박경원으로 그려야 하는지- 아니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애보의 박경원을 그려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이고 있다. 여기에 배우들- 특히 주연인 장진영 역시 함께 길을 잃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바람에 영화는 어정쩡한 포지션을 남기고, 더 나아가 엄청나게 돈을 때려부은 흔적만 남긴 화면만 남기고, 사라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일본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물을 재 조명할때, 명확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큰 모험을 할수 밖에 없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선, 혹은 한국을 버리고 일본에서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갔어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묘사하냐 하는것은 극중 주인공들을 다뤄야 하는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큰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작년인가 비슷한 실패의 길을 걸었던 영화로는 [역도산]이 있었다. 하지만 [청연]의 제작진들은 먼저 실패의 나락으로 휘리링 빠져버린 [역도산]의 과오를 거울로 삼지 못했던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만다. 즉, 역사적 인물을 재현하되 어정쩡하게 재연해서, 왠지 일 보고 밑(?)을 안 닦은 듯한 느낌을 주고 만것이다!

영화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지향하지 않는 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수 있는 장르일것이다. [왕의 남자]는 탄탄한 희곡을 바탕으로 이 역사적 상상력 바탕위에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잡아서 성공하였는데- [청연]은 어정쩡한 사실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만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박경원이라는 사람이 왜 일장기를 들고 비행을 했는가에 대한 두시간가량의 변명을 들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케일이 작은 영화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블록버스터가 영화를 만들때 몇배는 더 힘들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대치 역시 높을수 밖에 없다. [청연]은 예고편에서는 그 기대에 잘 부흥하는듯 보이는 영화였으나, 막상 뚜겅을 열고보니 실존 인물의 가치에 눌려 휘청거리는 슬픈 블럭버스터였던 것이다. 아- 정말 저 티져 포스는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다. 안타깝다.(2006. 1. 8 )


《청연 (2005, Cheung Yeon / 靑燕)》

· 감독 : 윤종찬
· 출연 : 장진영 / 김주혁 / 나카무라 토오루 / 유민 / 한지민
· 각본 : 윤종찬
· 장르 : 드라마
· 국가 : 한국
· 상영시간 : 133 분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 : 2005-12-29
· 제작사 : 코리아 픽쳐스 (주)
· 배급사 : 코리아 픽쳐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heungyeon.co.kr/

** 푸른 고양이 **
Posted by brid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