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일정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진 작가 <이와이 슈운지>. 얼마전 그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자신의 작품세계는 어두운 작품(언두, 스왈로우테일버터플라이, 피크닉)과 밝은 작품(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등)으로 나눠진다고 하더라. 몇년전 메가박스에서 그의 영화제를 열어서 모든 작품을 다 극장에서 봤었는데, 대체적으로 나의 취향에는 어두운 영화쪽이 맞았다. 하지만, 유독 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것]은 별루였던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서로를 괴롭히는 모습을 지켜보는건 괴롭기 때문이다. 이미지하나는 확실한데... 여하튼, 너무 강렬해서 괴로운영화였다. (2006. 1. 27)
1.
이와이 슈운지의 2001년도 작품이다.
이 단 줄만으로 느낄수 있는것은? 어떤 이야기를 감각적인 이와이만의 화면연출로 풀어갈것인가 하는것이었다. 146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이와이 감독은 나의 정신을 짖눌러 버렸다.
2.
시간적으로 긴 이 영화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혹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이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알아버린다.(혹은 영화의 중후부반으로 넘어오면서 알아버리는수도 있다.) <이지매>, 그 엄청난 피학과 가학에 관한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3.
더이상 한국에서도 <이지매>니 <왕따>니 하는것이 이슈화되지 않는다. 산업화, 도시화, 개인화가 되면서 보다 수면위로 부각되었던 따돌리기 문화(앞으로는 통칭 <이지매>라고 하겠다)는 어느덧 우리의 삶에 깊숙히 묻어 나있다. 오히려 소설이나 혹은 티비드라마에서 <이지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사회가 무감각해 졌다고, 혹은 이미 지겨운 화두가 되어버렸다고 해서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아이들이 안전지대로 옮겨진것은 아니다. 현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4.
이와이는 이렇듯 이미 진부해져버린 소재를 자극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새롭게 가공해서 보는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아직도 문제는 그대로로 더욱더 아이들은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고 화면 가득울부짖는것 같다. 절대적인 악한이나 혹은 지속적인 피해자 따위는 영화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피학의 대상이었던 아이가 곧 가학의 주체가 되고, 이에 따라서 주변이 빙글 빙글돌아간다. 모든것들은 어떤 고의적인 의도나 생각따위로 이루지는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역학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 어쩌면 성장이라는 연속 과정에서 남겨져 있는 과제처럼. 그렇게 화면으로 보여지고 있다.
5.
앞에서 이야기한 낮설음을 위한 장치를 이와이는 많은 요소들을 영화에 도입해 놓고 있다.
우선은 영화의 시간적 순서를 흐트려놓았다. 그러므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에 무슨일이일어날것이며, 그전에 과연 어떤 일이 있을까? 하는 끊임없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다음으로는 온라인적인 문자들이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주고 받는 채팅의 단어들 사이로 그들의 정신을 관객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몽환적인 노래, [릴리 슈슈]의 노래를 삽입함으로써 감독의 의도를 살려보려 하고 있다. 이모든것들이 한군데 모여서 영화를 낮설게 만들고, 그 속에 있는 문제들을 이미지와 함께 받아들게 만드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는 것이다.
6.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았다. 많은 조각된 이미지들이 진부해져버린 소재들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하였으나 그것뿐이었다. 원인과 결과가 없는 과정만을 그린 영화를 보는것은 결코 쉽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조합들은 단지 그것뿐이다. 현실이 그토록 암울하다면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바라는것은 그것의 또다른 결말을 원하는것이 아닐까? 아니면 암울한 현실의 확인이라도 좋다. 단지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현상들을 현란한 이미지로 확인하는 것은 잔인하다. 그리고 이러한 잔인함을 받아들이기에 내 정신 또한 강하지 못하다.(02.10.10)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1, All About Lily Chou-Chou / リリィ シュシュのすべて)
감독 : 이와이 슈운지(2001년)
시간 : 146분
** 푸른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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