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이후 꾸준히 80년대를 추억하는 영화들이 나왔다. 80년대란 이제 달콤한 막대 사탕처럼 영화계가 쭉쭉 빨아먹는 곳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근래 개봉한 80년대 영화들이 별반 성공하지 못한걸 보면... 이제 그 막대 사탕도 버릴때가 되었나보다. 뭐, 누군가가 짠~ 하고 등장해 다시 새로운 막대 사탕을 들이댄다면 다시 80년대 영화가 줄줄이 나오겠지만 말이다. (2005. 12. 26)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이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릴적 티비를 보면 70년대 이야기를 끝임 없이 하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또한 80년대 90년대에서도 과거를 향수하는 이야기 들 뿐이었지요. 그때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감성이 풍요로웠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어쩌고 저쩌고" 했었는데, 2000년이 넘은 지금은 이제 80년대를 향수합니다. 사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우리가 80년대를 추억하게 될 수 있게 될 것 라고 상상이나 할 수있었을까요? 어두웠던 80년대는 우리에게 정신적인 트라우마 였음이 분명할겁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기점으로 생활의 주름을 펴져갔지만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억눌렸던 그 시절. 매캐한 최루탄 냄새, 불타오를 수밖에 없던 화염병, 운동권, 백골단..... 그 시절을 돌아본다는 것은 이름모를 의무와 무거운 짐을 풀어놓는 것과 같았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무거운 역사들은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알콩 달콩 그리운 것들만 남는 모양입니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이렇게 그리운 것들만 싹싹 긁어 모아 화면 안에 풀어 내고 있습니다. 디스코, 청카바, 병우유, 털장갑등등 온통 "맞아- 저땐 저랬어"라고 무릎을 칠 소품으로 준비를 해 놓고 "유치찬란 네온싸인"으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철저히 80년대 촌티를 컨셉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도 지극히 유치하게 진행됩니다.
쌈도 잘하고, 의리도 넘치며, 잘생기까지 하는 주인공 해적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친구의 여동생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디스코 왕이 되기 기나긴 여정(?)을 그린 영화는 무엇보다도 조연들의 연기가 빛납니다. 이제 완전히 물이 오른 임창정, 어색함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양동근 뿐만 아니라 80년대를 대표하는 터프가이 이대근, 역시 80년대의 미인의 대표 김영애등의 중견 연기자들이 자신의 연기의 세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70년 중반 태생으로 80년대의 유년기를 보낸 괭이로서는 내내 짠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왠지 초등학교 시절의 괭이를 화면을 통해 보는 생각도 들구요.
너무 추억에만 기대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영화적 완성도는 만족할만 하지는 않습니다. "촌티"로 일관하고자 하는 영화의 욕심만큼 구성이나, 대사들이 따라가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남, 녀 주인공들이 너무 멋지고 잘생겨서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것도 못내 아쉬웠습니다. 80년대를 그렇게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흔치 않았거든요. 또한 예쁘고, 잘생긴 기준도 전혀 다른 것이었는데... ^^ 뭐, 그래도 아무 생각없이 반짝 거는 "촌티"의 세계에 빠져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정치 물이 쏙 빠진 80년대는 나같이 유년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입맞에 딱 맞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2002/06/17 ,from homepage)
[해적, 디스코왕 되다]
상영시간 : 106분
개봉일 : 2002-06-06 개봉
배우 : 임창정, 양동근, 이정진
감독 : 김동원
각본 : 김은화
제작/수입/배급 : 기획시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iscoking.co.kr
** 푸른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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