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겠지만, 먼저 밝힌다면 난 곽경택 감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늘 내세우는 폭력을 중심으로 한 남성위주의 가치관이 싫고,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옛스러움도 별로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늘 그렇듯 그의 영화를 보아왔고, 이번 역시 [태풍]을 봤다. 결과는 역시... 랄까?

내용은 간단하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할무렵 탈북한 한 가족. 한국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들의 망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낸다. 그 가족은 그 와중 도망을 치다가 몰살당하고 남매만 살아남아 척박한 땅을 헤메고 다닌다. 하지만 그들 역시 헤어지고, 동생은 씬이란 이름으로 해상 해적이 되어 나타난다. 한반도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씬(장동건분)은 한반도를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테러를 감행하고, 이 테러를 막기 위해 해군출신의 대위(이정재분)가 그와 대립한다. 뭐, 그러던 중 헤어진 누나(이미연분)을 둘러싸고 두 주인공이 얽히고 섥히고... 서로 총을 갈기고, 주먹다짐을 하고.. 폭팔하고 뒤집히고.. 투탁투탁 거린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너무 심플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사건의 순서대로 착착 설명을 하고 있는데다가, 편집도 우직할정도 단순해서 이제부터 회상씬~ 하면 "엄마찾아 삼만리"버전으로 착실하게 회상씬 나와주고, 군인들 나오면 과잉된 민족주의 감정으로 똘똘뭉친씬이 나와주고... 너무나도 편안하게 사건과 갈등을 보여주기 때문에 별다른 영화적 긴장감 없이 쭉 펼쳐진 해답지를 보고 있는듯 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다고 하는데, 딱히 어디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도 티도 잘 안나고, 해상 격투씬등이 볼만했으나, 감독의 전작과 별다른 차별점도 못찾겠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더니.. 하면서 모든것들에 다 시큰둥했다.

그러나. 역시 배우들의 연기에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상으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인물들에게 자신들의 연기로 생명을 부여한 모습이란. 이제 한국영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장동건. 역시, 금니를 하던 얼굴에 상처를 주던, 머리가 떡을 지던, 무엇을 하던 그 존재감이 스크린 가득해서 영화관에 앉아 있는것 자체를 후회없이 만들어 주더라. 이미연 역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특히 장동건과 열연을 보여줄때는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안타까웠던건 이정재. 연기가 훌륭했음에도 배역 자체가 비현실적인 캐릭터라서 그의 연기가 빛나지 못했음이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워낙에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니 손해나 보지 않았으면 한다.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2005. 12. 20)



《태풍 (2005, Typhoon)》

· 감독 : 곽경택
· 출연 : 장동건 / 이정재 / 이미연
· 각본 : 한국
· 장르 : 블록버스터 / 액션
· 국가 : 한국
· 상영시간 : 124 분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 : 2005-12-14
· 제작사 : 진인사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yphoonthemovie.com/

** 푸른 고양이 **

'Review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하탄(1979, manhattan)  (0) 2005/12/22
소림 축구 (2001, Shaolin Soccer)  (2) 2005/12/22
킹콩 (2005, King Kong)  (2) 2005/12/21
태풍 (2005, Typhoon)  (6) 2005/12/20
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5,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4) 2005/12/06
광식이 동생 광태 (2005)  (4) 2005/11/30
도쿄타워 (2004, 東京タワ)  (4) 2005/11/28
Posted by bride100